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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배우며 꿈 키우는 소녀가장 박주희
경기 평택시 팽성읍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주희는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산다. 동네 향교회관에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아픈 곳이 많고 거동이 불편하다. 그래서 주희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 짓고 빨래하고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 세희를 돌본다.
“동생은 엄마가 단발머리였다는 것만 생각난대요. 저도 어떤 때는 엄마 얼굴이 가물가물해요. 가끔 사진을 꺼내보면 생각나고요.”
주희에게는 아주 어릴 적, 엄마 아빠와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커가면서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1998년 경제위기 때 아빠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해 결국 망했고, 전 재산 2백만원이 남았는데 그마저 엄마가 들고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예순이 넘은 주희 아빠는 지금도 빚 갚을 돈을 벌기 위해 지방을 전전하느라 집에 자주 올 형편이 못 된다. 몇달 전부터는 아버지와 전화 통화도 되지 않았다. 그저 전화비를 못 내는 형편인가 보다고 짐작할 뿐이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 하루하루가 고단해도 주희에게는 꿈이 있다. 어른이 되면 경찰관이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2년 전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생각하게 됐다.
“태권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참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이장님의 도움으로, 지금은 스포츠 바우처 제도 덕분에 태권도를 배우면서 경찰관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경찰대학에 가는 걸 목표로 삼았죠.”
스포츠 바우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스포츠시설 이용료(매월 1인당 6만원 이내)와 스포츠용품 구입비(연간 1인당 6만5천원 이내)를 지원하는 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희네 세 식구는 기초생활수급 월 55만원에 할머니의 노령연금 8만8천원으로 살고 있다. 방세를 포함해 난방비, 전기세, 수도세 등이 나가면 11만원이 남는다. 할머니 약값도 5만원 정도 든다.
“방세만 안 나가도 살 것 같은데 보증금이 없어서 제일 싼 전세도 못 구해요. 게다가 지금 사는 방은 여름철이 되면 바퀴벌레, 지네 같은 벌레가 많이 생겨서 동생이 무서워해요.”
주희는 주말에 친구와 함께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6백 장을 돌리면 1만2천원을 받는데 둘이서 함께 4시간 동안 돌리고 6천원씩 나눠 갖는다.
할머니가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점심 배식 봉사를 하고 얻어오는 반찬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 요즘은 학교에서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보충수업을 해서 오후 6시에 끝난다. 집에 오는 길에 태권도장에 들러 1시간 동안 운동을 하려면 배가 고프지만 꾹 참고 태권도 연습을 한다.
“학원은 못 다니지만 지난해 전체 1백30명 중에서 25등 했어요. 아르바이트 안 하고 공부하면 성적은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오진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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