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因緣
"아짐! 이것 갖다가 저녁에 잡사봐"
노오란 속잎이 접시꽃 모양인 쌈배추와
양배추를 몽창하게 덤으로 얹혀준다.
슬쩍 술기운이 맴돌아 있는 여전한 모습에
종이상자가 대신한, 열려있는 금고 그대로인채
되레 손님들이 챙기는 풍경인데도
천하태평 오늘은 걱정까지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눈밑이 꺼먼데 뭔 약묵고 낫은사람이 있는디
내가 알아봐다 드릴께라우"
지적공사 맞은편 상무지구 금요장터 채소자판 "미란이 아빠"시다
이것 저것 가득이였던 장바구니를, 어딘가에 깜박 놓고 와버렸음을
화들짝 무릅을 쳤으나 이미 늦은 밤이였고
기억 더듬어 가게부만 정리하며 못내 정신머리탓만 깊었었다.
그 다음주,지나가는데 불러세워 혹시 잃은게 없냐며 확인하더니
"남 가슴아프게 해서 1년 잘살것소,2년 잘살것소"
이렇게 맺여진 인연이다.
몇가지 주문해놓고 돌아나오면
식구없는데 너무 많다며 알아서 시금치 한움큼을 쑤셔 넣다가
생색띄워주는 앞쪽 생선가게 아저씨 핀잔섞인 넉살에
"시끄러! 너도 치마만 둘러봐~" 능청으로 딴전이다
몇년간 단골을 넘어서 건강걱정,식단까지 넘나드는
질박한 친근감이 이심전심이다.
손님인양 버스터미널 의자에 앉아서 바삐 돌아움직이는사람들에 섞여
스스로 위로와 안도감을 얻어올때도 있지만
비켜간 끼니라도 짬봉이나 팥죽식사가 맛있어 보이는 생생한 활력이 있고
맛자랑 동네자랑 즉석어묵집과 춤추는 도너츠집
눌린돼지머리와 족발을 내오는 가슴큰 아주머니가
텔레파시를 보내는 중절모 단골손님들이 정겨워보이고
육중한 쌀튀밥 부부의 심심찮게 건네는 사랑싸움 또한
재밌어 보이는 장터가 있어,
어김없이 찾아나선 삶의 활력소, 그 금요장터에
미란이 아빠가 계신다.
2007.1.19 김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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