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감기
희끗 희끗한 머리카락이 하나 둘 인사하면서부터
내 마음에 잡동사니 방이 생겨 난다
온갖 잡티와 기미 주근깨가 작은 얼굴에
앞 다퉈 도배할 때
어딘가 병원을 찾고 싶은 급한 마음방
심술주름이 양 입가를 타고 자리매김하려는 반대 급부로
명품이라도 치장하고픈 마음방
다정하게 산책하며 유유자적 노후를 즐기고픈
마음의 여유는 여전히 희망사항에 걸려있고
잡다한 일상들은 왜 이리 내 발목을 잡을까 볼멘소리방
무엇인가 하고 싶지만
그냥 주저앉는 나태는 무엇이고
나를 들어내는 욕망은 무엇일까
세끼 밥 잘 찾아먹고 밝은 표정으로 회원님들을 맞이하며
세상사 돌아가는 일에 옳고 그름을 가늠하고
잠이들어 여니때처럼 좋은꿈이라도 꾸고나면
하루를 설레기도 하고
약속한 일이 있으면 칼날같이 지키며
어제와 같이 조금도 다를바 없는 일상인데
누가 내몸 한구석이라도 삶의 이름으로 건들기만 하면
그만 쏟아지고 마는 눈물.
그렇구나
호두처럼 딱딱해진 내 정서의 방들마다
길들일 수 없는 바람소리같은 창문이 있었구나.
그렁그렁한 체온으로
서툰 대화방법에 멍들어하는 화장대 거울속 나에게
고작해야 오십대 부부지간을 지나쳐가는
마음의 감기를 가지고서...
계절의 빛속에 머물 시간이 없다면
가히 살아있는 목숨이라고 말해서 뭐해.
언제나 변하는 것은 우리의 모습이지만
마음은 그대로인데.
2007.10.6 김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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