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뷴야

원더풀 한국원자력 안전교육 시스템

예2 2011. 11. 13. 23:19

지난 9월 6일 대전시 유성구 과학로 62번지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국제원자력학교에서는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제3기 ‘국제원자력안전석사과정’ 입학식이다. 이날 입학한 ‘학생’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에서 온 8명.

말이 ‘학생’이지 이들은 모두 자국의 원자력 안전규제기술 전문가들이다. 자국보다 앞선 한국의 원자력안전규제 기술을 좀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 아니라 1년 6개월간의 석사과정을 택한 것이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달라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원자력 안전규제기술 분야에서도 통하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기술의 우수성은 30년 이상의 성공적 원전 운영사례를 통해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상태.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운영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호기당 고장정지’ 건수는 연간 1건 미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KINS는 국제사회에 이러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약을 체결, 2008년 1월 세계 최초의 국제원자력학교를 개설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데 이어 카이스트와 공동 석사과정을 개설, 2009년 8월부터 역시 세계 최초로 1년 6개월과정의 국제원자력안전석사과정 입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제1기 입학생은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에서 온 6명, 2010년 9월 입학한 제2기 입학생은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파키스탄, 베트남, 나이지리아, 우간다, 케냐, 요르단 출신의 12명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학위자가 배출되어 입학생 6명 전원이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KINS의 이석호 기획부장은 “단기 연수 프로그램으로는 제공하지 못하는 이론과 실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본국에서 스스로 안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석사학위과정이 필요했다”며 “특히 KINS와 카이스트는 인접하고 있어 인력양성의 최적 조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INS는 카이스트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유성구 과학로에 위치해 있다.


국제원자력학교에서는 연간 2천5백여 명의 원자력 안전 종사자가 교육을 받는다. 교육생 중 약 10퍼센트가 외국인.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원자력 선진국들의 교육생도 국제원자력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KINS는 원자력 선진국 12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한 정보교환, 중장기 안전현안 공동연구 그리고 규제요원 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신규원자로국(NRO) 직원 2명이 각각 6개월간 연수를 하러 올 예정이다.

KINS의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UAE에 대한 원전 수출(2009년), 요르단에 대한 연구용 원전 수출(2010년)에도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2009년 12월 UAE에 원전을 수출할 당시 KINS 직원들이 UAE를 방문해 UAE의 원전 안전요원들을 교육했다. 지난 8월에는 요르단 원자력규제위원회(JNRC)에서 파견한 10명의 연구원들이 약 2주간 요르단에 설치될 연구용 원자로 관련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JNRC의 샤타 카키시 박사(30·여)는 “요르단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한국의 경험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학교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일대일로 진행되는 도제식 교육이 아주 흥미롭고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원자력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카키시 박사는 “귀국 후에도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KINS와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요르단에서도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비산유국인 요르단으로선 원전 도입이 절실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해 IAEA의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면서 원전운영 경험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KINS의 윤철호 원장은 “KINS는 원자력 관련 경험이 없는 국가의 안전규제 체계 확립을 위한 컨설팅, 전문 규제요원 양성을 위한 교육과 훈련, 안전성평가 역량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통합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새로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에 원전 수주뿐만 아니라, 제도·조직·기술적 사항을 포함한 원자력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돕기 위한 ‘종합규제지원패키지(IRISS)’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전 도입 열기가 확산되면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규제 인프라 확보가 원전 수출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자력 강국들은 원전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에 안전규제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IAEA의 안전기준에 근거, 원전 도입국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IRISS는 이들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신무기’이기도 하다.

윤 원장은 “원자력 안전규제 인프라는 원전 도입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며 장기간의 교육과 훈련,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며 “원전 신규 도입국의 안전규제 인프라 구축 지원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인 IRISS와 실질적 교육·훈련기관인 국제원자력안전학교는 국제사회의 원자력 안전규제 기술 수준을 높이고 한국의 원전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박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