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상승 현장 괴리감 좁혀야
2011 기업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 미국(4위)과 영국(7위)만 우리보다 앞설 뿐 캐나다(12위), 독일(19위), 일본(20위), 프랑스(29위), 이탈리아(87위)를 제쳤다. 10위권 내에 포함된 나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우리나라를 제외한 7개국은 모두 인구가 1천만명도 채 안 되는 이른바 강소국들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1, 2위를 차지했고 뉴질랜드(3위), 덴마크(5위), 노르웨이(6위), 아이슬란드(9위), 아일랜드(10위)의 순이다.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컨설팅그룹 Z/Yen이 매년 2회 발표하는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9월 발표에서 서울이 11위를 차지했다.
런던과 뉴욕,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가 부동의 1~6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시카고, 취리히, 샌프란시스코, 토론토가 서울보다 앞서고 있다. 서울은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7년만 해도 40~50위권에서 맴돌다 최근 1~2년 사이에 순위가 급등하면서 지난 3월 16위에 이어 11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기업환경평가와 글로벌금융센터지수는 우리나라가 경쟁력 평가에 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만하면 우리나라도 경제 및 금융 선진국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업 하는 사람들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가 하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십중팔구는 ‘글쎄요?’라고 하지 않을까? 과연 우리나라가 기업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서울이 글로벌금융센터로서 의 좋은 여건, 예를 들면 규제환경과 인적자원, 사업운영비용, 금융자유화 수준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순위가 그렇게 나왔는데 무슨 딴죽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상당히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또는 순위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지수들을 찾아보자. 먼저 기업환경 부문에서 자주 인용되는 경제자유도와 부패지수를 살펴보자.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와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지수는 각각 3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들의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부패정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비율이 주요 선진국들의 10퍼센트 초중반대보다 크게 높은 20~30퍼센트 수준이라는 점도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한 국가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평가하는 국가경쟁력지수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순위에서 나란히 22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규모에서는 전 세계 13~1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력은 아직도 20위권 이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덩치가 작으면서도 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이 앞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더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 부문의 경우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국적화지수(TNI·Trans–ationality Index)는 금융회사의 글로벌화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수라고 할 수 있다. 해외자산과 해외이익, 해외근무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의 평균으로 자국을 넘어 얼마나 많은 자산과 이익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지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위스 UBS와 독일 도이체방크의 TNI는 70퍼센트 중반이고 미국의 씨티(CITI)그룹은 44퍼센트에 달하고, 일본의 미쓰비시(UFJ)는 30퍼센트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TNI는 4.9퍼센트(2010년 6월 말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동북아금융허브를 만들겠다’ 또는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등 금융 분야에서 장밋빛 비전을 쏟아냈지만 구호만으로 끝나고 있는 셈이다. 몇몇 국내은행이 한해에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다지만 국내에서만 서로 땅따먹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반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수준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컨설팅사 AT커니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글로벌화지수(Globalization Index)에서 우리나라는 28~35위를 오르내렸다.
스위스의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이 발표하는 글로벌화지수에서도 지난해 57위에 이어 올해 54위에 그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80~90퍼센트에 달하는 나라가 글로벌화에 뒤진다면 그 나라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관련한 지수가 낮게 나올 때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최근 들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당수 지수가 좋게 나오면서 정부가 나서서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순위가 크게 떨어질 경우는 해당 지수는 객관성 또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언급 또는 해명을 한다.
이제는 보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우리의 부족함을 지적받으면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맙게 여기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감탄고토(甘呑苦吐)’를 넘어서야 명실공히 선진국다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글·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산업경영실장)